Siot



아산 카페 시옫


completed | 2021-2022

Umbong, Asan
Building scope : 1F




시옫의 지붕과 디귿자 담장

대지는 고속국도 옆으로 6미터 가량 낮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번잡함 없이 아늑한 곳이다. 본래 오랫동안 젖소 농장으로 쓰이던 곳이고, 일대는 논과 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건축주가 20년전 대지 입구에 심은 작은 묘목이 자라서 이제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되어 대지의 입구를 알린다.

이 땅의 새로운 역할은 작은 카페와 노후를 보낼 주택이다.

카페 시옫은 언뜻 보면, 디귿자 담장과 다섯 개의 기둥과 세모난 지붕만 보인다. 굉장히 심플하다. 시옫이라는 이름도 건축에서 따온 이름으로 건축주가 지었다. 시옷 지붕과 디귿 담장을 가졌다는 의미로 시옫이다. 방문객 모두 이 이름에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

카페 시옫의 건축은 내부와 외부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동일한 벽체와 동일한 기둥을 공유하고 있는데, 어디는 내부이고 어디는 외부다. 그래서 처음에는 담장인 것 같았다가 건축물의 외벽이 되고 외벽인 것 같았다가 내벽이 된다. 동일한 이야기를 하는 건축 요소 덕분에, 내부가 20평밖에 안 되는 작은 카페가 넓은 외부를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주고 있다. 시옫의 벽은 지붕과 만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하나의 디귿자 담장으로 인식된다.

지붕도 내외부가 모호한 공간에 일조한다. 하부면이 편평한 지붕은 그 속에 구조 역할을 하는 보와 단열재를 숨기고 있다. 그래서 내부나 외부에 관계없이 이쪽에서 저쪽까지 동일한 면을 하고 있다. 이 면이 벽과 만나지 않으니, 경계가 모호하고 가려진 곳 없이 면이 아주 잘 보인다. 그래서 지붕이 외부와 내부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면서 내부를 확장시켜준다. 지붕면은 천창의 구멍을 제외하면 요철이 하나도 없이 매끈한 콘크리트 그대로다. 사실은 무겁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가볍게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라이프건축은 그동안 구조를 바깥으로 완전히 보여주는 설계를 많이 했는데, 시옫은 반대인 것 같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지붕을 가볍게 보이도록 했다. 이런 현상은 구조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두 개의 수공간은 빛을 반사시켜서 매끈한 콘크리트 천장면에 물 그림자를 만든다. 지붕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위치에 얇고 긴 수공간을 두어서 비가 내리는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출입하는 부분에는 빗물 홈통을 만들어서 사람이 지나다니는 부분으로 떨어지지 않고, 왼편 큰 수공간으로 모여서 떨어지도록 했다.

건축주께서 노후를 보낼 주택은 시선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이전에 살고 계시던 주택은 벽이 많았다. 부딪히시는 경우도 많아서 요철이 없이 심플한 동선이 가능하도록 하고, 벽이 없이 주방과 식당과 거실이 한공간에 있으면서, 각각의 모서리에 기역자 창문을 계획해서 깊은 시선이 가능하게 했다. 2층은 건축주 자녀분들의 공간으로, 오픈 스페이스로 문 없이 순환하는 동선으로 계획했다. 중심에 벽이 생기면서 벽의 길이가 면적 대비 길어져서 수납이 굉장히 용이해졌다. 드레스룸, 서재, 침실, 주방 및 거실 공간이 11평의 공간에서 모두 가능해지고, 자유롭고 편리한 동선이 가능해졌다.